제목   높아진 입찰 ‘허들’…치열해진 생존경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10 조회수   1023
배전공사 새 입찰기준, 왜 논란인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배전공사 입찰 기준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은 예견된 사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입찰기준을 충족해 2년간 배전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회사는 연간 800개사 안팎이다. 반면, 배전공사를 수행하려는 전기공사 업체 수는 3000∼4000여곳에 달한다. ‘좁은 문’을 뚫고 배전공사를 따내기 위한 생존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전이 입찰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하자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공사업체의 양극화도 한전의 새 기준안에 대한 반발 강도를 높이는 요소다. 전체 1만7000여개 전기공사업체 가운데 연간 사업실적이 5억원 미만인 소규모 사업자 수는 2020년 7994곳에서 2021년 8701곳으로 707곳이 늘었다. 전체 사업자의 절반 정도인 49% 규모에 해당하지만 전체 실적 점유율은 5% 수준에 머문다.

이에 비해 연간 실적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자 수는 366곳(2.16%)에서 391곳(2.21%)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실적신고 점유율도 41.29%에서 43.29%로 더 늘어났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배전공사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그마저도 입찰기준을 강화하면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은 배전공사 입찰을 위해 운영기준 및 적격심사기준 개정안(2023∼2024년)에서 각종 인력ㆍ장비 기준을 강화하면서도 정작 해당 비용을 추가로 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적격심사기준 개정안은 유자격 전공의 보유기간을 기존 10년 중 1년에서 5년 중 1년 단위로 축소하는 방안을 담았다. 전공 보유기간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던 업체들로서는 입찰 기회조차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의무ㆍ필수 보유 장비(공구)는 최소화하고 업체가 시공 효율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의 관할지역 소재 기간에 따른 배점 기준을 기존 12개월에서 24개월로 조정하고, 배점도 4점에서 5점으로 상향하려는 방안도 반발이 우려된다. 현재 상당수 업체들이 일거리가 많은 지역에 따라 소재지를 변경한 후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을 쓰고 있어서다. 신규 조정안을 적용할 경우 소재지를 변경한 업체는 최소 2년간 지역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추정도급액의 경우 고압공사 기준으로 2021~2022년 71억원에서 내년에는 약 90억원까지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설정한 추정도급액을 바탕으로 특정 지역의 발주금액을 분할해 지역 업체 수를 결정한다. 만약 500억원 규모의 금액이 발주된 지역이라면 할당 업체수는 올해 7개사에서 약 5개사로 줄어든다. 전체적으로 배전공사 전문회사가 줄어드는 데다, 고압공사 참여건수까지 감소하는 구조다.

물론 당근책도 있다. 한전은 안전ㆍ시공관리 평가를 통해 상위 30% 업체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을 ‘2+2년’으로 2년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배전공사 입찰기준 등을 전반적으로 깐깐하게 바꾸면서 결과적으로 배전공사업계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한전이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진후기자 jhkim@
[e대한경제]